AI양필승 시리즈 14. “AI 시대 저널리즘: 예측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 MAILab2021
- 6월 4일
- 2분 분량

제 경력 대부분은 과거를 연구하는 데 집중되었습니다. 근현대 중국사 교수로서, 제도 발전의 궤적과 이념 사이의 충돌, 그리고 시대 전환의 미묘한 분기점을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비즈니스—특히 인공지능 분야로 전향한 이후로는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관점의 전환은 개인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저널리즘의 경우, 그 자체에도 ‘회고적 미디어’에서 ‘예측적 미디어’로 나아가는 근본적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통적 저널리즘은 언제나 대응적이었습니다. 이미 알려지고 검증된 사실을 보도하고, 과오를 취재·기록하며, 표출된 갈등을 문자화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회고적 역할은 필수적이지만, 정보가 분석 속도를 넘어 빠르게 흘러가는 오늘날, 더 나아가 개인들이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대에는, 단언컨데 대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바로 여기서 생성형 AI가 등장합니다.
언론이 단순히 정치 동향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예측(forecast)”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시장 변동성이나 지정학적 불안 조짐을 몇 주 후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면? 머리기사를 나열하는 대신, 가능성 있는 미래 시나리오를 인터랙티브 모델로 제시할 수 있다면?
이제는 공상과학이 아닙니다. 생성형 AI는 경제·사회·법률·과학 데이터를 방대한 규모로 수집·분석해 통찰을 제공합니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하며, 숙련된 편집국조차 놓칠 수 있는 상호연관성을 드러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 생산의 중심축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기자와 전문가의 손으로 콘텐츠가 만들어졌지만, 예측적 미디어 모델에서는 자동화된 분석, 실시간 시각화, 예측 모델 같은 기술 인프라가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그 위에 인간의 해석이 덧입혀집니다. AI 저널리즘에서도 반드시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지점이 있어야 바람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전환에는 위험도 따릅니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확증 편향, 잘못된 정보의 대규모 확산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잠재력도 거대합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가 지식의 분산을 이끌었듯, AI는 ‘미래 예측’을 민주화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불확실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교육·AI 개발·미디어 사업을 펼치는 동아시아 지역—한국, 일본, 중국—에서도 이러한 명료함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개인 투자자가 부동산을 떠나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맥락(context)”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이해(understanding)”를 원합니다.
이 수요에 대응하여, 저는 AI 기반으로 저널리즘과 교육, 그리고 실제 거래 기능을 결합한 비즈니스 기회를 구상했습니다. 저희 팀은 이미 금융 저널리즘, 교육 도구, 주식 거래 기능을 통합해 일반 시민 투자자를 위한 원스톱 AI 서비스를 구축 중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미디어 상품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실용적 도구입니다.
저는 이미 정치 분야에서 AI효과를 경험하였습니다. 탄핵정국에서, 저희 AI 엔진과 GPT·Grok 모델을 활용해 헌법재판소와 법원 판결 등을 주요 언론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언론은 예측을 기피하고, 저희가 제공한 AI예측을 외면하였습니다. 이 같은 AI예측을 다시 짧은 해설 영상과 자동 카드 뉴스로 제작해 매일 수천 명이 접하고 있습니다.
이 경험은 제게 ‘AI는 단순 도구가 아니라 문명적 힘’이라는 확신을 더욱 굳건히 강화해 주었습니다. 이렇듯 AI는 지식이 생산되고 검증되며 유통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위대한 역사적 전환과 마찬가지로, 이 변화 역시 새로운 제도적 상상력을 요구합니다.
기존 미디어는 이제 진실 보도의 범주를 확장해야 좋습니다.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넘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다뤄야 합니다. 기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자를 AI 인프라로 확장해야 합니다. 독자나 시청자 대중을 단순히 정보 소비자로 보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주체로 삼아야 합니다.
앞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미디어 플랫폼은 ‘기자가 가장 많은’ 곳이 아니라 ‘가장 신뢰할 수 있고 해석 가능하며 적응력이 높은 AI 시스템’을 갖춘 곳일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단순한 뉴스룸을 넘어, “시민의 나침반”(civic compass)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다가올 미래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리키는 나침반 말입니다.
역사가로서 저는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전환의 시기에 살아남는 시스템은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묻는 대신,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는 시스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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